1박2일 설악산 산행 (07.1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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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19일, 덕유산 촬영회가 호우로 무산되어 갑작스럽게 계획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신경외과를 하는 후배와 함께 설악산에 다녀오기로 하고, 임흥빈 전 부이사장님도 뵐 겸 가볍게 성인대나 토왕성폭포 정도만 담고 올 생각이었습니다.
홍천과 인제 근처에 이르자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둥실 떠다니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속초에 도착하니 그 아름다움은 더해졌습니다. 그 풍경에 마음이 바뀌어 신선대로 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선 속초에서 횟집에 들러 식사를 한 후 설악동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열심히 웹캠과 기상 예보를 분석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장에 있으니 실제 상황과 기상청 예보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사실 속초에 오지 않았다면, 단순히 예보만으로는 산행을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왕 온 김에 최근 열심히 운동한 체력 테스트도 할 겸 오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후배는 옆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고, 저는 핸드폰으로 수시로 밖을 내다보며 마지막 결정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신흥사 쪽으로 한참 걸어가 보니, 봉우리 아래로 내려온 구름과 별이 반짝이는 푸른 하늘이 펼쳐졌습니다. 이 광경에 마음이 움직여 결국 후배를 깨워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산행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보슬비 → 약한 비 → 강풍을 동반한 호우가 몰아쳤습니다. 그래도 일기예보에는 비가 없다고 하니 자신감을 갖고 계속 올랐습니다. 양폭산장, 천당폭포를 지나 무너미 고개 중간쯤에서 신선대에서 비박 중이던 두 명이 강풍과 폭우 때문에 내려간다며 우리에게도 하산을 권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올라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예보상 오전 11시쯤 해가 뜬다고 했고, 그때를 잘 맞추면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너미 정상에 도착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무너미 정상에서 우측은 신선대, 좌측은 희운각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공룡능선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고, 앞에 보이는 전망대는 밧줄로 출입이 통제돼 있었습니다. 우측에 길이 하나 보여 그 길이 공룡 초입이라 착각했는데, 그 길은 희운각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폭우와 강풍, 추위 속에 판단이 흐려졌고 결국 김정태 총무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습니다. 다시 올라온 길을 내려가 보니, 전망대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희운각 가는 길이었습니다. 폭풍우 속에서 40여 분을 헤맨 끝에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여전히 기억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느껴졌습니다.
대피소에 도착해 젖은 상의를 벗고 마른 옷과 패딩으로 갈아입으니 그제야 살 것 같았습니다. 등산화는 물이 흠뻑 들어차 있었고, 양말을 짜니 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아침 식사는 전투식량이었지만, 수저도 없고 버너도 없어 당황했는데, 옆 등산객이 젓가락을 하나 주었고, 다른 분이 물도 데워주셔서 겨우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젓가락을 반으로 잘라 밥을 떠먹는 모습이 조금은 초라했지만,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온풍기 앞에서 시간을 보내며 공룡능선을 오르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공단 직원이 찾아와 기상특보 발효로 하산 지시를 내렸습니다. 우리는 “지금은 못 내려간다, 예보대로라면 해가 나오니 공룡으로 간다”고 항의했지만, 그 직원은 결정 권한이 없는 분이었습니다.
결국 공룡능선으로 간다고 엄포를 놓고 대피소를 나왔습니다. 대피소는 기상이 나쁠 때 등산객을 보호하라고 있는 시설인데, 이렇게 쏟아지는 폭우 속에 산객을 내쫓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산 길에도 여전히 폭우가 쏟아졌고, 양폭산장에서 잠시 쉰 뒤 계속 내려왔습니다. 그러다 비가 잦아들고 해가 가끔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비선대에 도착하니 푸른 하늘에 예쁜 흰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참, 운도 이렇게 없을 수 있을까요. 덕유산은 호우주의보로 못 가고, 통제가 풀린 설악산에 와서는 예보에 없던 폭우와 강풍 속 산행을 했으며, 아침엔 기상특보로 하산 지시까지 받았습니다. 결국 신선봉에는 오르지도 못한 채 내려왔는데, 내려오니 하늘은 너무도 맑고 청명했습니다.
이런 날씨에 하늘이 야속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위안은 있습니다. 체력 테스트를 겸한 이번 산행에서 작년보다 훨씬 수월하게 걸었다는 점이죠.
사실 이번 산행은 과거 사진을 올리고 싶지 않아 무리해서라도 담으려 했던 것이었는데... 하늘이 방해해서 빈손으로 귀가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카메라를 꺼내지도 못해 부득이하게 작년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