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체 앞에선 촬영에만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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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홈페이지의 촬영메모 방에 촬영할 때는 촬영에만 집중하자는 뜻으로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는데 며칠 후 서울대학교에서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교수로부터 연락이 왔다. 학생들에게 공부에 집중하라는 뜻으로 내 글을 인용하고 싶으니 허락해 달라는 거였다. 글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한라산 정상에서 고통 속에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꿈속에서나 상상할 만한 셔터찬스가 왔다. 그런데-
1. 집에 불이 났고 3대 독자가 집안에 있다는 연락이 왔다-
연락 무시하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 지금 그 사진을 찍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촬영을 포기하고 서너 시간 걸려 하산해서 집에 가봤자 이미 상황은 끝났다. 총알을 타고 금세 집에 간다고 해도 불이 나면 집주인도 화재현장에 접근하지 못한다. 우리의 119를 믿어야 한다. 불 다 꺼주고 3대 독자도 안전하게 구해줄 것이다.
2, 마누라가 바람이 나서 다른 남자와 달아났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 사소한 일에 마음 산란해선 안 된다. 일생일대의 셔터찬스를 잃지 말고 촬영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마누라도 잃고 사진도 잃으니 손해가 크다. 걱정하지 마시라. 마누라야 다시 구하면 된다. 제주도가 어떤 곳인가. 돌도 많고 바람도 많지만 여자도 많다고 하지 않던가. 구도와 노출은 적정한지 감도세터는 맞는지 삼각대는 흔들리지 않는지에 온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 씰데 없는 일에 마음이 산란해서는 좋은 사진을 얻을 수가 없다. 내가 지금 왜 여기에 있는지를 한시도 잊지 말자.
먼 한국까지 공부하러 왔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이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 종종 있어 지금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건 공부에 집중하는 거라는 뜻으로 이 글을 인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이 글에 학생들이 박수를 쳤다고 한다. 그럼 그래야지~^^*
2006년 11월 24일 서북정상에서-
동행한 분이 찍어줬다.







